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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마음처럼 안 될 때

by BonaRosa 2023. 11. 28.

 

슬로우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을 새롭게 고쳐 써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집은 어떤 집일까? 나는 인테리어를 멋지게 해야 집이 예쁘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내가 집 꾸미기에 한창 관심 있을 때는 문턱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중문도 달아야 했다. 그리고 조명으로 힘을 팍 주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그런데 나의 아름다운 집기준을 180도 뒤집는 일이 생겼다.

 

온라인공간에서 인테리어가 멋진 집을 검색하던 중에 아주 단순한 집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보는 내가 봐도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도의 살림살이만 있다. 소유하는 물건의 수가 적으니 충분히 제어할 수 있어 보인다. 적은 물건으로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이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가끔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 재고를 파악하고 정성을 다해 닦아준다. 그릇과 이불을 햇볕에 소독하는 햇빛 사워까지 해준다. 그것도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낸다니, 그걸 꺼내놓고, 다시 제자리에 집어넣는 일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호기심이 생겼다. 집주인은 비움과 정리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과 블로그를 통해 소통을 이어 나갔다. 비우고 정리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삶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밀리카 지음)라는 책을 출간한다.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생긴 것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두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니 미니멀 라이프로 살고 있는 인생 선배들의 책이 많았다. 왠지 나만 모르고 살아서 억울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서 책 제목에 미니멀, 청소, 비움, 단순함, 최소주의 등으로 시작하는 책을 닥치는 대로 빌려서 읽었다. 맘에 드는 책은 구입해서 읽고 또 읽었다.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 책이 있다. 단순하게 살아라(베르너 퀴스텐마허로타르 자이베르트 지음),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황윤정 지음), 미니멀리스트(조슈아 필즈 밀번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등이 있다. 책을 통해서 나의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갈증이 약간은 해소된 듯하다. 하지만 혼자 비우고 정리를 하다 보니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방법으로 비움을 실천해 보려고 노력했다. 평일은 퇴근하고 피곤해서 거의 하지 못하고, 주말에 몰아서 할 때가 많았다. 작심삼일이 된 날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밀린 방학 숙제하듯이 주말에 대청소하는 느낌이었다. 일상에서의 정리와 비움이 아니라 일주일 동안 집에 쌓인 쓰레기를 버리는 수준이었다. 비움보다는 책에 나오는 정리가 잘 된 집처럼 수납을 잘해 보려고 수납 용품부터 사기도 했다. 남들한테 보여주기 위한 정리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왜 비워야 하는지 고민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집이 예쁘게 보일까에 초점을 맞췄다. 나에게 꾸준히 즐기면서 비우고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했다.

 

20227, 비우고 싶은데 혼자서 마음처럼 잘 안 될 때가 있었다. 이때 슬미프(슬로우 미니멀 라이프)’라는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매일 한 개도 좋으니 조금씩 천천히 비움을 실천하고 네이버 카페에 인증하는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했다. 서툴고 어설프게 혼자 했던 내 삶의 정리 정돈에 누군가 관심을 주고 응원한다. 지금도 슬미프 회원들과 매일 비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슬미프에 참여한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일과 비슷하다. 친구들과 천천히 올라가며 수다도 떨고, 힘들고 지치면 서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준다. 중도에 탈락하지 않도록 응원해 주고 같이 가자고 손을 내밀어 준다. 올라가면서 짐을 하나씩 하나씩 줄이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다. 매일 산을 천천히 오르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가진 것이 적을수록 더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비우기가 부담되는 일이 아니라 즐기면서 삶을 사랑하는 태도가 되어 내 몸에 익히게 되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비우고 정리하는 삶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슬미프와 함께 나의 일상에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비우면서 단순하게 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고, 나의 선택을 존중한다. 정리하고 비우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자존감을 다른 사람들도 경험하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어설프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