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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살아라

슬로우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

by BonaRosa 2023. 11. 13.

나의 ‘아름다운 집’ 기준을 180도 뒤집는 일이 있었다. 온라인공간에서 인테리어가 멋진 집을 검색하던 중에 아주 깔끔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 가지고 있는 물건은 적지만, 적은 것으로도 만족하는 행복한 사람이 있었다. 블로그 닉네임이 밀리카이다. 가끔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 햇볕에 소독하고 다시 집어넣는 것은 충격이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적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밀리카님은 블로그에 미니멀 라이프에 임하는 자기 생각을 꾸준히 기록하더니,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밀리카 지음)라는 책을 출간한다. 작가는 비움과 정리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댓글에 성심껏 답변을 달아준다.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었다.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생긴 것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두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니 미니멀 라이프로 살고 있는 인생 선배들의 책이 많았다. 왠지 나만 모르고 살아서 억울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서 책 제목에 미니멀, 청소, 비움, 단순함, 최소주의 등으로 시작하는 책을 닥치는 대로 빌려서 읽었다. 맘에 드는 책은 구입해서 읽고 또 읽었다.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 책이 있다. 『단순하게 살아라(베르너 퀴스텐마허․로타르 자이베르트 지음)』,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황윤정 지음)』, 『미니멀리스트(조슈아 필즈 밀번․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 물건을 절대 바닥에 두지 않는다(스도 마사코 지음) 등이 있다. 책을 통해서 나의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갈증이 약간은 해소된 듯하다. 책을 읽었으면 이제 실행하라고 나의 뇌가 속삭인다.

 

책에서 소개한 방법으로 비움을 실천했다. 평일은 퇴근하고 피곤해서 거의 하지 못하고, 주말에 몰아서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별로 나아지는 게 없어 보였다.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를 위한 비움이 아니라 남들한테 보여주기 위한 비움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책에 나오는 정리가 잘 된 집처럼 수납을 잘하려고 수납함부터 샀던 나였다. 왜 비워야 하는지 마음의 준비는 하지 않고, 어떻게 정리할까에 초점을 맞췄다. 작심삼일이 된 날이 많았다. 꾸준하게 비우고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했다.

 

요즘 비우기를 게임처럼 즐기고 있다. 2022년 7월, 비우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될 때가 있었다. 이때 ‘슬미프(슬로우 미니멀 라이프)’라는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매일 한 개도 좋으니 조금씩 천천히 비움을 실천하고 인증하는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했다. 서툴고 어설프게 혼자 했던 내 삶의 정리 정돈에 누군가 관심을 주고 응원한다. 지금도 슬미프 회원들과 매일 비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슬미프에 참여한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일과 비슷하다. 친구들과 천천히 올라가며 수다도 떨고, 힘들고 지치면 서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준다. 중도에 탈락하지 않도록 응원해 주고 같이 가자고 손을 내밀어 준다. 올라가면서 짐을 하나씩 하나씩 줄이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다. 매일 산을 천천히 오르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가진 것이 적을수록 더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나의 일상에서 비움의 기준을 세우고, 꾸준히 비우면서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내가 슬로우 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이유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고, 나의 선택을 존중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그제야 좋은 것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의 여유 속에서 피어났다. 정리하고 비우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자존감을 다른 사람들도 경험하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어설프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혼자 알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의 경험들.